2012/04/29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통섭

NDC를 치루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좀 더 나아간 컨퍼런스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 컨퍼런스는 주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게임이라는 주제가 가진 포괄성에 비해 너무 한정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게임에는 다양한 서브컬처가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역량을 기술 개발에 한정하여 풀어내는데 급급하다.

비개발자들과 대화하다보면, 게임에서 느껴지는 갈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단순히 게임성과 유저 플로우 상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아우르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게임이라는 컨텐츠가 다양한 가능성과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게임 개발 실무를 하는 과정에서 제일 관심있게 보던 부분은 캐릭터의 의상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라는 부분이었다. 소위 패션 피플(?)에 가까운 아버지와 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난 아이에게 옷이라는 매개체는 사람과 사회적 통념 안에서 대화하는 하나의 방법이었고, 그런 경험은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 오니 상황은 달랐다. 전문 서적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포트폴리오 모음집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그 소스를 통해 (제한된)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시안을 여럿 만들고 컨펌받고...

물론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파트라도 안 그러겠냐만은, 개인적으로 지적 즐거움을 만들고 싶지만 도전할 여유도차 없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고통에 많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튼 썰은 나중에 풀도록 하고, 내가 생각한 컨퍼런스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요소들 중 학술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짚어내고
  • 해당 학문 분야의 전문가와 직군별 담당자가 함께 모여서
  • 현실에서 어떻게 학문으로 구축이 되는지 정리하고
  • 게임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고
  • 두 요소들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리고 학술적인 접근을 통해 어떤 개선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정리한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만남이 가능할 법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 경제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내 경제
  • 의상학과의 시점에서 본 게임 기본 복식과 의상
  • 역사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세계관
  • 사회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길드 시스템
  • 통계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밸런스 시스템
  • 군사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내 대규모 전쟁 시스템
  • 교육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튜토리얼 시스템
  • 심리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플레이 패턴
  • 법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내 규칙 (운영, 서비스 등)
  • 건축학자의 시점에서 본 게임 레벨 디자인


나열한 예제 중 좀 억지스러운 것도 있지만, 뭐 이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꼭 학술적인 레벨이 아니어도, 다른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을 설명하고, 이를 게임에 어떻게 '재밌게' 옮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 화장품 샘플러와 게임 유료 아이템 판매 방식
  • 방문 판매, 통신 판매 등의 직접적 홍보 방식
  • 자동차 매장과 같은 시연 + 1:1 응대를 통한 집중적 판매 방식
  • 게임 내 종교 또는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구현
  • 민주주의적인, 또는 사회주의적인 패치 시스템
  • 게임 내 과외, 교육 시스템
  • 잡지 편집 디자이너의 공지 사항, 업데이트 사항에 대한 표현 방식 



이 모든 것은 결국 게임이 재밌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큰 여정일 뿐, 이것들이 게임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되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정말 게임을 재밌게 할 수 있다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좀 더 재밌는 것들을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즐거운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 comments:

  1. 참신한데요?! 한 주제만 가지고도 2박 3일이 가능할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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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2박 3일을 준비하기 위해 1년간 준비를 해야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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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밌네요. ㅎㅎ.. 통섭... 뭔가 매력있는 단어라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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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 기획이라는 파트가 통섭이라는 단어와 참 어울리는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잘 아는 걸로는 너무 모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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